Rapha Women's 100 - The Invisible Peloton: Lindsey Fraine

보이지 않는 펠로톤: 린지 프레인

평범한 일상이 멀게만 느껴지는 오늘날입니다. 우리는 지금 홀로 라이드할지 몰라도 우먼스 100 챌린지를 외롭게 완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울트라 인듀어런스 사이클리스트이자 작가인 에밀리 차펠은 4부작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1부에서 에밀리는 자신의 보이지 않는 펠로톤의 여성들을 소개하며 당신의 보이지 않는 펠로톤을 누구일지 질문을 던집니다.

라이더 프로필: 린지 프레인

영상 제작자이자 런더너인 린지는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지만 이에 괘념치 않고 라이드하고 질병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사이클링의 의미란 무엇인가요?

현재로는 자궁내막증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휴식처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러 가는 것이 유독 힘든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드를 해낸다면 뿌듯한 마음은 배가 되지요. 다소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는 자존감, 용기와 강인함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사이클링 덕분에 저는 강해지고 있습니다. 용기가 없다면 일찍부터 밖을 나서 100km를 달릴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없겠지요. 부지런히 준비하고, 할 수 있다고 마음먹으며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게 말씀하신 것처럼 좋았던 건가요? 자전거에 입문하며 장벽에 부딪히신 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나이가 들며 장벽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체력적으로 주류 사이클링 문화를 따라잡을 수 없더군요. 더 훌륭하고 강한 라이더, 더 멀리, 더 열심히 달리는 라이드를 위한 끊임없는 갈망을요. 그러한 마음가짐은 저의 신체적 능력과 부합하지 않아요. 그렇기에 여유롭게 페달을 밟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라이더를 찾기가 힘들 때도 있습니다. 상당수가 ‘더 격렬하게, 전력을 다해 훈련한다’는 느낌이에요. 저에게는 너무 벅찹니다. 그렇게 훈련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없고요. 따라서 저의 현재 장벽은 중간 정도까지 같이 라이드하다 홀로 복귀하거나, 아침에 약속을 취소하더라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입니다.

자신의 기대를 넘었거나, 할 수 있으리라 전혀 생각해본 적 없던 무언가를 달성해낸 경험을 듣고 싶어요.

포르투갈로 처음으로 혼자서 떠난 바이크패킹을 떠났어요. 2016년이었는데, 진정으로 무언가를 ‘해냈다’고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어요. 훨씬 강한 라이더로 성장하고자 노력 중이었습니다. 목표 거리는 160km였어요. 영국에서 160km를 라이드하는 건 말도 안 되게 힘든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9월에 포르투갈을 찾아 같은 거리를 달려보고자 했어요. 하지만 기온은 40도를 웃돌고, 주위는 온통 포도밭에다 마실 물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어요. ‘조금 위험한데’라는 생각에 아찔해졌습니다.

속도를 늦춰야만 했어요. 훨씬 일찍 출발하여 하루를 짧게 마무리했습니다. 코스도 재구상해서 계획한 것의 절반만을 이루게 되었지요. 하지만 제 기대치를 내려놓고 속한 상황에 적응해야 했던 날들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했습니다.

힘든 도전의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궁금하네요. 멈추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셨나요?

주로 제 건강이 문제입니다. 오랫동안 힘들게 싸워왔거든요. 매달 자궁내막증으로 몇 주는 통증에 시달립니다. 따라서 제가 달마다 그 고통을 극복해낼 수 있다면 조금 속도를 늦추고 결국은 해낼 거라는 걸 알 수 있지요. 어느 날은 자궁내막증으로 너무 아파 친구를 만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일하러 갈 수 없을 때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제가 사이클링하는 동안 항상 염두에 두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라고나 할까요? 가령 더위를 먹을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몸의 소리를 듣고, 무리하지 않습니다.

당신에게는 누가 보이지 않는 펠로톤인가요?

먼저 91세인 저의 이모요. 자궁내막증을 앓으신 것 같다고 저희끼리 말하곤 하는데요. 물론 당시에는 진단되지 않았습니다. 40대 때 자궁 절제술을 받으셨지요. 저는 이모와 신체적으로 참 닮았어요. 그리고 이모는 놀랍도록 강인하시죠. 저와 몽방투를 자전거로 올라갈 수 있었다면 당연히 하셨을 거예요.

또한 올림픽 사이클리스트인 엘리너 바커는 언제나 감동을 주는 인물입니다. 그녀도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그 사실이 그녀에게 또 하나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더군요.

제 친구인 맥스도 포함되겠지요. 저에게 사이클링이라면 아낌없이 가르쳐 주었으니까요. 지난 2년 동안 부상을 당했는데, 그와 함께했던 프랑스 여행이 그립네요.

제 클럽 동료인 레슬리와 리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제가 매번 건강을 언급하며 징징거릴 때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고마운 이들입니다. 둘 다 안장 위에서 눈부신 여성 라이더이기도 합니다.

때때로 사이클링은 도전을 제시하기도, 삶에서 다른 도전을 이겨낼 힘을 주기도 합니다. 이를 경험하신 적이 있나요?

자궁내막증을 견뎌내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침대를 뒤로한 채 집을 나서 라이드할 수 있다는 것, 얼굴을 간질이는 햇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서 제가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저를 한없이 작아지게 하는 힘든 고통의 순간에서 균형을 찾게 도와주기도 하지요. 건강 때문에 사랑하는 것을 할 수 없다면 가슴 깊은 곳부터 아릴 겁니다. 저는 사이클링으로 모든 것을 견디고, 이겨내고 있습니다.